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광주 '오월 주먹밥'

작성자
연구운영과
작성일
2020-05-12 10:26:16
조회
2274
5.18 그날의 기억 
1980년 5월.
정주 : 엄마 오늘 장사 잘 됐어?
엄마 : 요즘 민주화다 뭐다 해서 당최 사람이 안 오는 것 같아. 근데 오빠는?
정주 : 친구들 데려와서 나라를 위해 투쟁 어쩌고 하는데 도통 그게 뭔지...
다음날
정주: 오빠! 무슨 일이야!
오빠: 헉헉 계엄군이 광주로 왔다. 지금 금남로에서 군인들이 시위대든 지나가든 행인이든 무자비하게 때리고 난리가 났어. 빨리 어머니한테 가서 장사 그만하고 집에 가만히 계시라고 전해라!
내가 찾아가면 어머니가 걱정하실 테니 네가 가서 잘 말씀드리고 와!
다음날
엄마: 나도 손님들한테 들었다. 군인들이 시민 군들을 막 때리고 난리 나브렀다고.
근데 느그 오빠는 어디 있다냐?
정주: 오빠는 괜찮을 거니까 엄마라도 집에 붙어 있어 제발.
엄마: 정주야, 엄마도 내 새끼들 같은 애들 도우러 나가야겠다. 시장 아주머니들 연락받고 나가는 거고 그냥 애들 밥이나 만들어 주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. 그리고 너희 오빠가 찾아오면 자식을 부모가 어떻게 이기겠느냐마는 몸조심하고 다치는 게 가장 큰 불효니. 불효를 저지를 생각은 하지 말라고 전해 주거라.
시민 군들에게 주먹밥을 만들어 나누어 주는 엄마를 보고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그날부터 나도 함께 주먹밥을 만들었다.
시민 군이라고 해봤자 군용트럭을 타고 다니는 오빠 또래의 앳된 얼굴들이었고 오빠를 생각하며 주먹밥을 나눠주었다.
80년 5월, 오빠는 크게 머리를 다쳤고 지능이 다섯 살 정도로 떨어져 그날을 기억하지 못하였다.
오빠는 주먹밥을 좋아했다.
오빠는 야구공처럼 동글동글한 주먹밥이 귀여워 보였을까.
아니면 80년 5월의 광주를 지킨 수많은 광주 시민 중 누군가의 손을 통해
그녀가 만든 주먹밥을 전달받았을까.
그리고 악몽 같은 일들은 다 잊어버린 채 그날의 따뜻한 주먹밥의 맛만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.
어머니의 손은 80년 5월의 주먹밥을 만들던 고운 손이 온데간데없이 주름살이 가득해져 있었다.

 
첨부파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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